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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the’를 왜 '정관사'라고 하지?” 덧글 0 | 조회 1,080 | 2008-06-04 00:00:00
LBH교육연구소  

▣“영어 ‘the’를 왜 '정관사'라고 하지?”▣

 

 

  ‘한자와 세상’이란 교양과목 수업시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영문과 3학년 학생에게 물어 보았다. “영어 ‘the’를 왜 ‘정관사’라고 하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했더니 우물우물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럼 뭘 ‘관사’라고 하는가?” “‘a’나 ‘the’ 같은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한 것을 왜 ‘관사’라고 하였을까?” 이후 묵묵 부답인 것은 ‘관사’라는 한자말의 바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용어’들은 모두 지칭 대상과 모종의 의미상 연관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고 완전히 임의적이었다면 생명력을 상실하고 일찍이 도태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전적 풀이는 그러한 의미 연관성을 암시해 주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먼저, ‘관사’에 대한 사전적 풀이를 보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따위에서 명사 앞에 놓여 단수, 복수, 성, 격 따위를 나타내는 품사. 정관사와 부정 관사가 있다” 이러한 해석은 그 내용만을 풀이한 것일 뿐이지, 그러한 것을 일러 왜 ‘관사’라고 하는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한다. 명사[詞]를 사람의 머리에 비유하고, 그 앞에 놓여지는 것을 머리 위에 쓰는 갓[冠]에 비유하여 이름지어진 것이 ‘관사’(冠詞)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위와 같은 사전적 해석을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갓 관’(冠)과 ‘말씀 사’(詞) 같은 한자 지식만 있었어도 ‘관사’라는 영어 어법 용어의 참뜻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관사의 용법 등에 대하여 모종의 힌트나 실마리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내친 김에 관사의 종류에 대한 한자풀이를 더 해보자. ‘정관사’의 ‘정’(定)은 ‘한정(限定) 지시’나 ‘특정(特定) 지시’의 ‘정’에 해당되는 것이며, ‘부정관사’의 ‘부정’(不定)은 ‘불특정’(不特定)의 준말인 것이다. 
  이상과 같은 한자식 풀이를 들은 영문과의 그 학생은 “그렇게 꼭꼭 꼬집어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알았더라면 영어 ‘a’나 ‘the’의 다양한 용법과 특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하였다.


  ‘to 부정사’와 ‘부정사’에 대하여도 학생들이 매우 어리둥절해 한다. ‘부정사’(infinitive)에 대한 사전적 풀이는 이렇다. “영어 따위에서, 인칭·수·시제에 대하여 제약을 받지 아니하는 동사형. 동사 원형 앞에 ‘to’가 붙기도 하고, 동사 원형 홀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풀이는 그것을 이름하여 하필이면 ‘부정사’라고 하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부정어’를 흔히 ‘부정사’라고도 하는 것 따위의 혼란도 매우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한자로 풀이해 보면 간단하게 풀린다. ‘to 부정사’의 不定詞는 ‘정[定]해 지지 아니한[不] 품사[詞]’를 말하기 때문에 그렇게 명명된 것이다. 동사의 원형에 ‘to’가 첨가된 형태이지만 용법으로는 명사·동사·형용사적으로 쓰이고 있는, 즉 정해지지 아니한[不定]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힌트를 그 명칭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not’이나 ‘no’ 같은 ‘부정어’를 ‘부정사’라고도 하는 ‘부정’(否定)은 긍정(肯定)의 반대말이다. 否는 주로 의견 상의 반대를, 不은 동사나 형용사의 부정을 나타낸다.

    
  이렇듯, 영어의 기본 어법을 설명하는 데 쓰이고 있는 한자말 용어들은 한자를 대입해보면 그 깊은 뜻이 솔솔 풀려 나온다. 그렇게 하여 용어의 맥을 짚어 보고 나면 영어 어법에 관한 설명들이 금방금방 이해될 것이며, 머리에 쏙쏙 박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