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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알파벳은 26개에 불과하지만 한자는?” 덧글 0 | 조회 1,032 | 2008-06-04 00:00:00
LBH교육연구소  

▣“영어 알파벳은 26개에 불과하지만 한자는?”▣

  

 

  한자 공부의 어려움을 부각시키려고 한자의 수(1,800자 이상)를 영어 알파벳의 수(26개)에 대비시켜 설명하는 참으로 어처구니는 없는 사례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영어는 26개 자모만 익히면 되지만, 한자는 최소한 1,800자 많게는 수 천, 수 만개에 달하니 그 어려운 공부를 어떻게 한담?”이라는 하소연이 그러한 종류의 말이다. 필자는 그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이렇게 어리석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失笑(실소)를 금할 수 없다. 


  영어 공부가 알파벳 26개를 익히는 것으로 족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알파벳 26개를 다 알게 되었다고, 영어 실력이 얼마나 향상된다는 말인가? 영어 어휘력에 관한 한 ‘제로’(0)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자 26개를 익히면 어떤가? 한자 어휘력이 ‘제로’(零)일까? 아니다. 최소한 단음절 어휘 26개를 확보한 셈이고, 많게는 2음절 어휘 676개(26×26)를 확보하는 셈이다. 영어 a, b, c, d …를 아무리 외어 봤자 영어 단어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한자 山(산), 江(강), 東(동)…을 익히면, ‘mountain’, ‘river’, ‘east’에 해당되는 단음절 낱말뿐만 아니라, ‘강산’(江山), ‘동산’(東山), ‘동강’(東江), ‘산동’(山東), ‘강동’(江東) 같은 2음절 어휘를 알게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니 영어 ‘m’을 한자 ‘山’(mountain)에 대비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내친김에, 영어 ‘mountain’과 한자 ‘山’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에 대해 살펴보자. 한자 ‘山’이 영어 ‘mountain’보다 더 익히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정신이상자가 아닐까. 그 획수를 대비해 보자. 한자는 3획에 불과한 반면, 영어는 최소 8획에서 최대 16획이나 된다. 차지하는 공간은 어떤가? 최소한 4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2바이트 : 8바이트). 획수와 공간이 적다는 것은 쉽다는 것말고도, 경제적이라는 이점이 있다. 물론, 한자에는 획수가 20 이상에 달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그 글자(낱말)에 상응하는 영어 단어에 비하자면 크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혹자는 ‘山’에는 독음에 관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으니, 음을 따로 익혀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 않느냐는 반박을 할 것이다. 그렇다. ‘山’에는 음에 관한 정보는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mountain’의 독음 정보는 얼마나 정확한가? ‘모운타인’(mountain)이라 적어 놓고 ‘마운틴’[máuntɪn]이라 읽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mountain’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한 가지 예를 더 ???  무식


  영어 원어민에 준하는 영어 구사력을 지니자면 최소한 20,000 개의 어휘력을 보유하여야 한다는 것은 웬만한 학생이면 다 아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한자는 어떤가? 20,000 개의 한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13억 중국인 중에서도 한 두 사람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용 기초한자로 1,800자를 선정해 놓고 있다. 일반 지성인 교양인이라면 그 정도로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자가 뛰어난 조어력(造語力, word forming ability)을 지니고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1,800자의 한자를 알고 있는 사람의 어휘력은, 2음절 어휘를 대상으로 단순히 산술적으로 산출해보자면 최대한 3,240,000개(= 1,800×1,800)이나 되기 때문에 1,800자가 결코 적은 수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어쨌든, 한자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 땅의 참다운 지성인 교양인이 되는 지름길이다. 한자말은 대부분 주로 고상한 표현, 고품격 어휘에 많이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에 있어서 한자 공부는 필수적이며, 특히 지성인의 운명은 한자가 좌우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