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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근데 ‘남관’은 어딨어?” 덧글 0 | 조회 942 | 2008-06-04 00:00:00
LBH교육연구소  

▣“엄마! 근데 ‘남관’은 어딨어?”▣

 

 

  K대와 S여대 교수 부부가 40대에 접어들어서야 아들을 얻었다. 그 애가 유치원에서 한글을 막 깨쳤을 무렵 온 가족이 나들이에 나섰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간판 글씨를 열심히 읽어보던 그 아이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이, “엄마! 저기 봐! ‘여관’이라고 쓰여 있지! 맞지! 근데 ‘남관’은 어딨어?” 
    엄마, “아이고, 귀여워라! 그런데 무엇이 어디 있냐고?”
    아이, “‘남관’이 어디 있냐고?”
    엄마, “……”
    아이, “우리 동네 목욕탕에 가면, ‘여탕’ 옆에 ‘남탕’이라고 쓰여 있잖아! 저기 ‘여관’이라고 쓰여 있으면 그 옆 어디엔가 ‘남관’이라고 쓰여 있을 텐데, 없어서 물어 본 거야!”
    엄마, “응, ……”


  그 어머니는 아이가 너무나 기특하고 기발한 나머지 창 밖을 가리키는 그 통통한 손가락을 꼬옥 깨물어 주고 싶었다고 한다. 하기야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필자 또한 마찬가지 심정이다. 


  한글로만 써놓은 한자말에 대하여는 다 큰 학생들조차도 그 의미를 혼동하기 마련이다. ‘여인숙’이란 간판을 보고 ‘여인’(woman)을 떠올렸지, ‘여인’(旅人, traveler/tourist)을 말하는 것이라고 정확하게 판단한 중·고등학생이 몇이나 있을까? 심지어 “AID 차관 아파트”란 안내판을 보고 그럼 “장관 아파트”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은 사람까지 있었다고도 하지 않는가?   


  어쨌든, 우리는 앞에서 말한 그 아이의 사고력과 추리력에 대하여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탕 : 남탕”을 토대로 “여관 : ×”의 “×”를 “남관’으로 유추하는 6살짜리 유치원생의 사고력과 추리력은 한자 학습에 따른 필요조건과 충분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그 정도의 지능이면 한자 공부를 소화해내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 선조들 중에는 5~6세 때 ‘천자문’과 더불어 ‘소학’을 완전히 뗀 이른바 ‘神童’(신동)들이 많았던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휘 변별력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글 가운데 [여]라는 음을 가진 음절(낱말, 또는 형태소)은 ‘여자’(女), ‘나그네’(旅), ‘주다’(與), ‘나머지’(餘) 등 총 42개나 되는 서로 다른 뜻을 지닌다. 그리고 [남]이라는 음을 가진 것은 ‘남자’(男), ‘남쪽’(南) 등 총 11개나 되는 서로 다른 뜻을 지닌다. 그러한 의미 변별력은 한자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쉽게 길러질 수 있다. 한자가 그러한 효험이 없었다면 일찍이 도태되고 말았을 것이다. 공교육에서는 한자가 갈수록 냉대(?) 받고 있는 현실에서도 한자를 공부해야겠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것은 한자의 그러한 막강한 능력을 어렴풋이 나마 알게 된 결과이다. 


  한자는 모두 1음절로 되어 있고, 음절의 음이 똑같아도 뜻이 달라지면, 그 모양을 달리하여 나타낸다. 그렇다 보니 형체가 다양하고 글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미 변별력이 강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래서 한자 학습은 우리말 단어(한자말) 공부의 지름길이다. 한자는 사고력 추리력을 길러 주는 동시에 우리말 어휘력 증강의 촉매제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