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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대비와 한자 공부는 상관이 있을까? 덧글 0 | 조회 1,022 | 2008-06-04 00:00:00
LBH교육연구소  

▣논술 대비와 한자 공부는 상관이 있을까?▣


  한자 공부가 고등학교 학생의 논술 대비와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논술시험을 대비함에 있어서는 한자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했을 때 지닐 수 있는 이점에 대하여 (1) 제시문의 이해, (2) 어휘력 문제, (3) 표현력 문제, (4) 채점자의 심리 문제, (5) 답안지 작성에 있어서의 한자 사용 문제, 이상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차근차근 검토해보자.


  (1) 한자를 모르면 제시문의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없다.


  주지하시다시피, 논술 시험에는 과제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길든 짧든 일정한 분량의 제시문이 있기 마련이다. 제시문의 문장 중에 쓰인 낱말 가운데 키-포인트가 되는 낱말들은 거의가 한자 어휘이다. 한자 어휘를 대부분 한글로 적혀 있지만, 그 의미는 한자를 부여하여 생각하였을 때 더욱 분명해 진다. 더구나 어떤 경우에는 독음을 병기하지 않고 바로 한자로만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한자를 못 알아보면 얼마나 앞이 캄캄할까? 먼저 아래의 예를 보자.      


  다음 글을 참작하여 ‘시조 생활화 운동의 민족사적  의미’를 논술하라.

  1. 중국에 漢詩, 일본에 和歌, 영국에 Sonnet가 있듯이, 우리는 時調를 민족시로 계승 발전시켜 문화 민족으로서의 긍지를 가져야겠다. 또한 …… (생략)

  2. 수양산 닐린 물이 夷齊의 怨淚되어 / 晝夜로 不息하고 여흘여흘 우는 뜻은 / 지금의 爲國忠誠을 못내 슬퍼하노라.

  3. 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 물린 저 댕기가 / 창공을 차고 날아 구름 속에 나부낀다 /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 출제교수: 李相翊(서울대교수)            --자료: ≪논술고사의 실제≫(2) (한국문원 출판) 217 쪽.


이상과 같은 문제를 받았을 때 한자를 못 읽고 그 뜻을 모르면 얼마나 앞이 캄캄하랴! 생각 만해도 아찔하다. 한글 한자를 혼용하고 있는 제시문을 낼 수 없다는 법률이 없는 이상, 위와 같이 한자가 섞여 있는 글이 제시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으니 이를 대비하지 아니하면 전쟁에 나가는 군인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도 모르는 적군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으랴!

   

  (2) 어휘력 문제 : 논리적 사고력이 아무리 뛰어난들 그것을 표출해낼 어휘력이 없으면 헛일이며, 군인에게 ‘총’만 있고, ‘총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쟁에 나갈 군인이 총만 열심히 닦고 조이면서 총알은 챙기지 않는다면 전쟁터에 나가서 어떻게 될까? 실제로 그런 군인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 군인이 있도록 지휘관이 그냥 놔두지를 않을 것이니까. 그러나 그에 비견될 만한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를 논술고사에 대비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논술고사에 대비하고자 ‘문장의 논리적인 구성’을 위하여 습작과 교정을 학교 교육과 학원 수강을 통하여 학생들은 열심히 훈련받고 있다. 물론, 그러한 학습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전쟁에 나갈 군인이 자신의 총을 열심히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것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으로 충분히 대비를 하였다고 한다면 얼마나 큰 착각일까? 군인들이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 반드시 갖추어야 하고, 그리고 많을 수록 좋은 것이 바로 ‘총알’이다. 그렇다. 논술고사 수험생에게는 많을 수록 좋은 것이 바로 ‘단어 실력’이다. 논리적인 문장 구성 능력이 있다한들, 창의성과 사고력을 적절히 표현해 낼 수 있는 어휘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면 ‘성능이 우수한 총은 있으되, 총알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앞에서도 수차에 걸쳐 말한 바 있듯이, 우리말의 어휘력은 한자를 떠나서는 한 발짝도 진보될 수 없다. 논술에 필요한 어휘들은 거의 대부분이, 한자로 구성되는 이른바 ‘한자말’이다. 더구나 고상한 표현이나, 격조 있는 글에 있어서는 한자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한자 어휘력의 증강이 논술고사를 앞둔 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상한 표현에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고사성어’나 ‘4자 성어’다. ‘고사성어’는 각종 고전에 등장되는 옛 이야기[故事]에서 유래된 것이다. ‘杞憂’(기우) 같이 두 글자로 된 것이 있지만 대부분은 네 글자로 되어 있다. 이를테면 맹자 어머니가 아들 교육을 위해서 세 번씩이나 이사를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孟母三遷’(맹:모:-삼천)이 그것이다. ‘4자 성어’는 네 글자의 한자로 이루어진 관용구를 말한다. ‘博學多識’(박학-다식)․拔本塞源(발본-색원)이 그러한 예이다. 현대 중국어에서의 격조 있는 표현에 쓰이고 있는 성어는 최대 2만 5천 여 개나 되며, 성어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에 따라 학문의 정도․유식한 정도가 판가름되는 잣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유식하고 고상한 표현에 애용되는 성어는 313개 정도로 충분하다(참조, 졸저 ꡔ뿌리를 찾는 한자 2350ꡕ 1권 261~281쪽). 누구나 다 자주 사용하는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쓴다’는 말의 ‘문자’는 바로 이러한 ‘성어’를 두고 한 말이다. 그것은 교양인․지성인들의 일상 대화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고, 격조 있는 표현이 요구되는 논술 형식의 글에서는 그것을 잘 활용하면 고품격의 글이 되고, 그것으로 인하여 ‘博學多識’하다는 평을 받게 된다.

 

  대학 입시에서의 논술고사는 물론이고 고등 고시의 2차 필기시험, 취직시험에서의 필기시험 등에서는 한자 어휘력, 특히 성어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유리할 것이다. 성능이 아무리 좋은 총이 있다한들 총알이 없으면 안되듯이, 논리적 사고력이 아무리 뛰어난들 그것을 표출해낼 어휘력이 없으면 헛일이다.



  (3) 한자를 알아야 우리 글 표현력이 는다.


  “대가리가 아프냐?”와 “두통(頭痛)이 심(甚)하십니까?”의 차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금방 알 것이다. 이것은 일상 생활에서 말로 하는 경우에 쓰이는 것이니, 논술 고사와는 무방할는지 모른다. 고품격의 말이 있듯이 고품격의 글이 있다. 어쩌면 그 품격은 글로 표현할 경우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논술 고사에서는 품격이 매우 중요하다. 安重根(안중근) 의사에 대하여 묘사하면서 “빵깐에 갇혀서도 굳은 결의는 변함이 없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서도 굳은 결의는 변함이 없었습니다”가 좋을까? 독자가 채점교수라면 어떤 표현에 대하여 더 많은 점수를 줄까? 답은 너무나 자명하니 굳이 말할 필요 조차 없을 것이다.

 

  논술 고사에서는 분량이 대개는 1000자로 제한되어 있다. 일정한 자수, 즉 100자가 모자라거나 100자가 넘치면 감점이 된다. 그런데 모자라게 서술한 것보다는 글자수가 넘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서 간결하고도 명확한 표현 방법을 평소에 준비하지 아니하면 큰 낭패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간결하고도 명확한 표현 방법의 핵심은 한자말, 그 중에서도 四字成語(사자성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작은 문제를 가지고 크게 부풀리는 폐단”(총 21자, 공란 포함)은 “針小棒大하는 폐단”(총 9자)에 비하여 무려 한 배 이상의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표현력이 크게 떨어지고, 어휘력이 떨어지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어떤 것을 택하여야 할까? 이것 또한 너무나 분명한 것이니 굳이 답을 하지 않겠다. 그래도 한자를 공부하지 않아도 논술 고사를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반문해 보고 싶다.    

 

 (4) 채점자의 심리를 알아야 고득점을 할 수 있다.


  모든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학생들은 수험생의 입장에서만 모든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채점자의 입장을 한 번 쯤 생각해 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논술형 답안지를 작성할 때, 특히 유의해야할 것이다. 내가 작성한 답안지를 보는 교수님께서 첫 인상이 어떠할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대개는 면접시험 때 복장을 단정하게 할 줄은 알아도 논술 고사 답안지를 단정하게 작성해야 함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요즘 학생들은 글자를 바르게 잘 쓰려고 무척 노력하는 것 같다. 논술 고사가 있은 후로부터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글쓰기 솜씨(특히 모양)가 크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같이 단정하고 곱게 잘 쓴 답안지들 투성이 일텐데, 그 중에서는 어떤 것이 첫 눈에 확 들어올까? 답은 간단하다. 한자 어휘 가운데 얼마만이라도 한자로 또박또박 써 두는 것이 고단위 비법입니다. 실제로 실험을 해보자.


(A)

   自然은 끊임없는 변화를 거듭한다. 인간도 自然界의 일부이기에 변화를 추구하려는 本性을 지닌다. 변화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려는 屬性을 지닌다. 그래서 인간은 時間이라는 물리적 단위로 변화를 측정하고 변화를 계획하기도 한다. 

  * 최우수작 : 최재원(경남고)              --자료: ≪논술고사의 실제≫(2) (한국문원출판) 287 쪽.

(B)

   자연은 끊임없는 변화를 거듭한다. 인간도 자연계의 일부이기에 변화를 추구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변화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려는 속성을 지닌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이라는 물리적 단위로 변화를 측정하고 변화를 계획하기도 한다. 


  위의 것에서 (A)는 경남고 학생이 실제로 쓴 답안지이고, (B)는 학생이 쓴 것 가운데 한자로 쓴 것을 한글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귀하께서 채점교수라면 어떤 답안지에 더 눈길이 갈까요? 당연히 (A) 답안지 일 것이다. 한자를 섞어 쓰면 가산점을 주는 제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누가 채점을 하던 눈길이 더 가는 답안지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심리가 작용함은 人之常情(인지상정)일 것이다. 한자 문화에 젖은 노교수님들은 물론이고, 젊은 신세대 교수님들조차도 마찬가지 심리임은 싫든 좋든 한자문화권이란 토양에서 자란 나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5) 논술 고사 답안지를 작성할 때, 한자를 섞어 써다 틀리면 안 쓰는 것만 못하니 아예 쓰지 않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문제는 간단하다. 고득점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높은 점수를 받고 싶다면 그것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떤 방책이 있을까? 물론 있다. 첫째로 모든 한자 어휘를 한자로 쓸 필요는 없다. 둘째로 틀릴 상 싶으면,  즉 자신이 없으면 한글로 쓰면 될 것이다. 셋째로 쉬운 것만 골라서 듬성듬성 한자로 쓰면 된다. 이상 세 가지는 제가 계발한 것이 아니고, 앞에서 열거한 학생이 실제로 그렇게 한 것이다. 다시 한 번 그것을 살펴보시면 알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늘 있게 마련이니 걱정말고, 쉽고 재미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익히면 되는 것이 한자공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