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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공부와 한문 공부의 차이는? 덧글 0 | 조회 1,078 | 2008-06-04 00:00:00
LBH교육연구소  

▣한자 공부와 한문 공부의 차이는?▣


  漢字(한:자)와 漢文(한:문)이 서로 다른 것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한자 공부와 한문 공부가 똑같은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이 기회에 그 차이점을 분명히 알아보도록 하자. 그래야 지만 여러 가지 잘못된 판단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고,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한자 공부인지 아니면 한문 공부인지를 똑똑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자는 낱낱의 글자 그 자체를 말하며, 한문은 여러 한자로 이루어진 文章(문장, sentence)을 말한다. 한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낱말(word)이 되기도 하고, 다른 글자와 더불어 새로운 낱말을 구성하는, 즉 낱말의 구성 요소로 쓰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山’이라는 글자는 그 자체로 ‘뫼’(mountain)라는 낱말이 되는가 하면, ‘脈’(맥)이라는 글자와 더불어 ‘山脈’(산맥, mountain range)이라는 또 하나의 낱말을 구성하기도 한다.

 

  한문은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知行合一說(지행합일설)을 주장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명나라 때의 철학자 王陽明(왕양명)이 쓴 책인 ≪傳習錄≫(전습록)의 上卷(상권)에 유명한 구절이 있다. “知是行之始, 行是知之成”(지시행지시, 행시지지성). 이것은 한자가 아니라 한문이다.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 즉 漢文(한:문)이다. 이 한문을 해석하는 데에는 한자 지식만 있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의 짜임과 성분 분석 등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무슨 말(뜻)인지를 알 수 있다. 바꾸어 말하여, 한문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어야 비로소 이 문장을 “앎은 실행의 시작이고, 실행은 앎의 완성이다”로 번역할 수 있다. 그리고 지식과 실천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주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실천에 옮기지 아니한 지식은 어쩌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우리의 모든 자녀들이 능히 잘해야 할 일은 아니다. 일반 교양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우리말로 옮겨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일의 적임자는 한문 지식을 겸비한 중국철학 전문가이지 일반 학생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한문 공부는, 한자로만 이루어진 문장(≪論語≫․≪孟子≫․≪朝鮮王朝實錄≫ 등의 원문)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것인 반면에, 한자 공부는 우리의 국어에 약 70~80%에 달하는 한자 어휘, 즉 한자말의 정확한 뜻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한문은 고전 문헌을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한자는 우리말에 쓰이고 있는 한자말의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일반 교양인․지성인이면 누구나 꼭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고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꼭 알아 두어야할 것은 ‘漢文’이 아니라 ‘漢字’다.

 

  한자 공부와 한문 공부의 차이를 알기 쉽게 도표로 대비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한자 공부

한문 공부

공부 대상

 낱낱의 한자(character) 또는 한자 말(word)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sentence)

공부 목적

 한자 학습을 통한 어휘력(한자말) 확보

 한문 학습을 통한 고전(한문) 문헌에 대한 독해력 확보

공부해야 할

 사람

 격조 있는 문장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교양인․지성인) 

 고전 국역 등 전문 분야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한문 국역 전문가)

 

  위의 도표 가운데 세 번째 항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땅의 교양인․지성인임을 자부하고 싶은 모든 사람은 반드시 한자를 익혀야 한다. 우리나라 글말에 쓰이는 어휘들 가운데 80% 이상이 한자말이고, 그러한 한자말의 의미를 올바로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즉, 격조 있는 문장력을 보유하자면 한자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법학․의학․경제학․공학 등 모든 학문 분야 걸쳐 한자말이 쓰이지 않는 것은 없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의 자녀가 장차 대학에서 어떤 분야를 전공한다하더라도 꼭 필요한 것은 한문 상식이 아니라 한자 상식이다. 물론, 한의학이나 한문학, 고전문학, 고대 역사 분야를 전공할 예정이라면 한자 지식에다 한문 지식을 곁들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