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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한다면? 덧글 0 | 조회 1,015 | 2008-06-04 00:00:00
LBH교육연구소  

▣한자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한다면?▣

 

 

  대학에서는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취업지도’라는 특별시간이 있다. 취업과 관련된 서류 작성에서의 유의사항을 이렇게 간단히 알려 준 적이 있었다. “이력서, 자기 소개서, 지망 동기서, 자신의 장래 희망 등을 쓸 때, 한자로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꼬박꼬박 한자로 쓸 것. 논술에 준하는 시험을 보는 경우, 한자말에 해당하는 것은 모두는 아니라 할지라도 가끔씩 섞어 쓸 것”.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이러한 사실이 여러분의 운명을 좌우할 지도 모르니 잘 새겨 두고 평소에 잘 대비하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여 주었다. 


  그런 특별 지도가 있고 나서 두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한 여학생이 연구실로 찾아 왔다. 
  “교수님 덕분에 타 대학에 다니는 제 친구가 취직을 하였습니다”.
  “그게 어떻게 내 덕분인가?”
  “지난 번 취업지도 시간에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그 ‘비결’을 제 친구에게 알려 주었거든요. 교수님 말씀대로 그렇게 한 것이 서류 전형과 면접 시험에서 그 회사 간부들로부터 호감을 받았고, 간단한 필기 시험에서도 한자를 섞어 쓴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반드시 그것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 여학생의 대답을 정리해보자면 이랬다. 최종 과정에서 경합 대상은 총 5명이었는데, 나머지 4명 모두가 속칭 ‘일류 대학’ 학생들인지라 자신이 생각해보아도 될 가망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종 1명 선발에서 자신이 합격한 까닭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모르겠다가 문득, 면접시험에서 한 간부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혼자말투로) “요즘 학생치고는 한자 쓰는 실력이 상당 하구만!”하는 말을 뇌이며 무언가에 대하여 물었던 것을 떠올리고는 “아! 한자가 날 살렸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고 고마운 친구를 찾아 왔고, 그 친구는 그 길로 나를 찾아 왔다는 것이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서 한자를 또박또박 섞어 쓴 서류에 대하여 호감을 느끼지 않는 기성 세대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호감 그 자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가문이 좋은 학생인가 보다’. ‘매사에 신중할 것이다’. ‘덜렁대지 않을 것이다’. 십중팔구는 그렇듯 좋은 평가를 내릴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악평을 내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른바 ‘한글전용’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한글만 쓰기’란 용어가 완전히 뿌리내리고 모든 어휘를 그렇게 할 수 없는 한, ‘한글전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全容’ ‘全用’ ‘悛容’ 같은 말은 사용 빈도가 낮은 것이니 고려할 필요가 없다손 치더라도, ‘專用’과 ‘轉用’의 혼동 가능성은 매우 높다. 즉 ‘예산 전용’과 ‘버스 전용 차선’의 ‘전용’은 완전히 다른 낱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혼동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는 그런 알뜰살뜰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한글 전용’에 의한 글쓰기다. 


  ‘한글 전용’의 참뜻을 완전히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글을 쓸 때에는 그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배려나 예지가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한글 전용’에 대하여 심도 있게 그리고 통찰력 있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불특정 대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홍보 목적에서 쉬운 내용의 글을 쓸 때에는 ‘한글 전용’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의 유효성은 ‘대중 소설’ 같은 출판물에 의하여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그러한 유형의 출판물에서는 한자말이 매우 드물고, 설사 한자말이라도 그 음만을 한글로 적어 놓았을 뿐이다. 한자를 혼용한 소설책은 독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요즘은 그런 책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나, 1인 또는 특정의 소수를 대상으로 특정 목적에서 쓰는 모든 글에서조차 반드시 ‘한글 전용’을 해야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글 전용’을 하지 아니하면 벌금을 내야하는 그런 강제적인 법규는 없기 때문이며, 또 그렇게 강권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회사 취직을 위하여 쓰는 ‘이력서’나 ‘자기 소개서’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인을 대상으로 쓰는 글이다. 그 특정인, 즉 인사담당 책임자나 고위 간부가 그것을 읽은 다음에 내리는 평가는 글쓴이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을 만큼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한 서류를 한글로만 쓴다면, 글의 내용 그 자체의 전달에 그칠 따름이다. 이에 비하여, 한자를 섞어 쓴다면, 이른바 “+알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그 여학생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문제는 그 특별한 경우가 거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예로 각종 필기시험 답안지 작성을 들 수 있겠다. 그것은 채점자라는 특정인에게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 채점자는 대개 매우 유식한 기성 세대라는 점, 그의 평가가 자신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 등등에 대하여 사전에 깊이 있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각종 고시의 2차 시험이나 취직 시험에서의 필기 고사는 논술형 답안을 써야 한다. 그런 답안지에서는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용어, 격조 있고 품위 있는 표현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느 때 보다도 많은 한자말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한자말에 대하여 모두는 아닐지라도 가끔씩 한자로 섞어서 쓴다면 채점자로 하여금 호감을 살 수 있다는 利點(이:점) 말고도, 채점자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한자가 섞여 쓰여진 문장은 채점자로 하여금 速讀(속독)이 가능하도록 한다. 한자로 쓴 부분이 눈에 쏙쏙 들어와서 전체 내용을 빨리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점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주기 때문에 채점자는 매우 고마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採點(채점)만큼 번거롭고 짜증스러운 일이 없음은 직접 경험이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한다. 그렇듯 번거로운 일거리에 대하여 채점의 편의가 최대한 고려된 답안지에 대하여 채점자가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는 너무나 自明(자명)한 일이 아닌가!


  요약컨대, 한자가 귀하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사랑스런 자녀들의 운명도 거기에 달려 있을 수 있다. 그것에 의하여 귀하의 家門(가문), 신중성, 성실성, 가치관 등등이 남들에게 올바로 전달·평가될 수 있음을 꼭 銘心(명심)대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