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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는 한자를 무척 좋아해요? 그런데...” 덧글 0 | 조회 949 | 2008-06-04 00:00:00
LBH교육연구소  

▣“저희 아이는 한자를 무척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 공교육에서는 한자 공부를 대수롭지 않게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석한 학부모님들 중에는 자녀에게 한자를 반드시 익히도록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리고 한자 검정시험 응시생 수가 해마다 100만명을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한자 공부가 전과목 성적과 직결되는 등등에 따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최대 일간지에 <생활한자> 칼럼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학부모님들로부터 자녀의 한자 공부와 관련된 진학 문제에 대하여 편지나 E-메일을 자주 받는다. 한 번은 중학생의 학부모님으로부터 이런 글을 받았다.

 

    “저희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한자를 가르쳤습니다. 처음부터 잘 따라하고 지금은 상당 수준에 달했답니다. 한자 급수 시험에도 응시해서 높은 급수를 땄습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실시하는 경시 대회에서 참가하여 큰상도 받았답니다. 그런데 교수님! 이 아이의 대학 진로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한문학과는 어떤지요? 요즘은 중문학과가 인기가 좋다던데, 중문학과를 보내면 장래성이 있나요?”

 

   필자는 중문학과에 몸을 담고 있다. 요즘 중문학과가 영문학과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지원율을 보이고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영문학과보다 중문학과가 더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대학도 많다. 물론, 중문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상대적으로 취직이 잘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2008년 북경 올림픽 特需(특수)에 따라 그 전망은 더욱 밝다. 


  그렇지만 중학생에 대한 진로 문제인 만큼, 너무 좁은 시야로 볼 것이 아니다. 필자의 주관에 너무 치우칠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필자의 입장에서 我田引水(아전인수) 격의 속 좁은 태도에서 벗어 나야한다. 그러저러한 고민 끝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장문의 답신을 띄웠다.  


    “중학생임에도 한자 실력이 뛰어나다면, 모든 과목의 성적이 우수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 과목에 걸쳐 수없이 많이 등장되는 한자말들에 대한 의미를 다른 학생들 보다 잘 알고 있을 테고, 따라서 국어나 역사 과목은 물론이고, 수학이나 과학 심지어 영어 공부도 잘할 것이 분명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는 한자 지식을 폭넓게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습득한 한자 지식을 다른 과목의 한자말 의미 파악에 적용한다면 곧바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학생이라면 아직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중학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즉 자연계와 인문계를 나누어야 할 때, 대학 진로 문제를 생각하여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그 때쯤 해서, 전과목 성적의 과목별 분포 특성과 본인 적성, 장래 희망 등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자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중문학과를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문’이 아니라, ‘한자’ 실력이 뛰어나면, 각종 인문학은 물론이고 법학·의학·경제학·경영학·공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튼튼한 학업 능력과 그 기초를 다진 셈입니다. 왜냐하면 한자말 용어가 무수히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분야를 전공하던지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여, 한자 실력이 빼어나다면 어느 분야이든 훌륭한 학자가 될 수 있는 필요 조건을 확실히 갖춘 셈이니 본인의 적성과 장래 희망에 따라 어떤 분야를 택하더라도 크게 성공할 것입니다. 
       학부모님 자녀가 취득한 ‘한자 급수 자격증’은, 한문학과나 중문학과의 ‘학업 보증서’가 아니라 이 땅의 훌륭한 지성인으로서의 ‘성공 보증서’로 생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귀 자제의 큰 성공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앞쪽의 글에서도 말한 바 있듯이, 한문 공부는 한문학이라는 전공 분야의 기초가 되는 것이지만, 한자 공부는 모든 학문 분야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한자 공부를 열심히 잘 하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님의 대학 진로 문제에 대한 그러한 고민은 참으로 ‘행복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한한 성공 가능성을 보장받고 있으니 말이다. 모쪼록 그러한 ‘고민’에 휩싸인 학부모님들이 갈수록 늘어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