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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진 교수의 논어 명언(2) 덧글 0 | 조회 1,106 | 2008-11-13 00:00:00
LBH교육연구소  
전광진 교수의 논어 명언(2)
 
남에게 화풀이 말고,
잘못은 되풀이 말라
 
不遷怒, 不貳過
불천노, 불이과
-≪論語≫․雍也편-
 
                                                                                                            전광진(全廣鎭)
본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지금으로부터 약 2,500 여 년 전, 어느 날 魯(노)나라 哀公(애공)과 공자님이 담론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 때 그 자리에서 두 분이 주고받은 말을 엿들어보자.
 
애공 : “(귀하의) 제자들 가운데 누가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弟子孰爲好學]
공자 : “안회라는 이가 있는데 배우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有顔回者好學]
(뿐만 아니라)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남에게 옮기질 않았고, [不遷怒]
같은 잘못을 두 번 거듭 되풀이하는 일이 없었지요. [不貳過]
(그런데) 불행하게도 단명하여 죽고 말았답니다. [不幸短命死矣]
지금은 (그가) 죽고 없으니, (그보다 더)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가 있는지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今也則亡, 未聞好學者也]
 
공자의 제자는 3천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 10명을 꼽아서 孔門十哲(공문십철)이라 부른다. 위의 대화에 등장되는 顔回(안회)는 顔淵(안연)을 말한다. 그는 그 10명 가운데 첫 번째로 거명되어 있고, 德行(덕행) 분야에 있어서도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손꼽히는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다.

우리의 관심을 안회라는 인물에서 그의 인품과 덕행으로 옮겨 보자. 즉 “不遷怒, 不貳過”란 여섯 글자에 대하여 더욱 깊이 파헤쳐 보자. 不자는 형용사나 동사의 앞에 쓰여 뒤의 것을 否定(부정)하는 기능을 한다. 遷자는 ‘옮기다’ ‘파급시키다’는 뜻으로 쓰였다. ‘성낼 노’(怒)자는 ‘용서할 서’(恕)와 자형이 비슷하여 서로 혼동하기 쉽다. ‘노여워하다’ ‘화내다’는 뜻으로 애용된다. 貳자는 계약서나 영수증 등 중요한 금액을 표기함에 있어 변조를 방지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두 이’(二)의 갖은자이다. 여기에서는 ‘거듭하다’ ‘되풀이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過는 ‘지나다’가 본뜻인데, 이 곳에서는 ‘지나침’ ‘잘못’ 같은 명사적 의미로 쓰였다.

영어 속담에 “A little pot is soon hot.”란 말이 있다. 직역하면 ‘작은 질그릇이 빨리 끓는다’는 뜻인데, 의역하면 ‘소인은 쉽사리 화를 잘 낸다’는 말이 된다. 소인이 아니라면 버럭버럭 화는 일이 없어야겠다.

우리 속담에 “돌부처도 꿈쩍인다” 또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말이 있듯이 ‘아무리 순하고 착한 사람도 화를 낼 때가 있기’ 마련이다. 화를 전혀 안낼 수는 없다. 그러니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다. 그 여하에 따라 인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보통 자신의 언짢은 마음을 남에게 화풀이 하기 쉬운데, 그것은 자기가 수양이 덜 된 사람임을 만방에 공언하는 격이 되고 만다. 화풀이는 아니라 하더라도, 입을 열어 말하는 그 자체도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명나라 馮夢龍(풍몽룡)이 쓴 《東周列國志》(동주열국지)에 ‘화난 김에 하는 말에는 꼭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怒中之言, 必有泄漏․노중지언, 필요설루)란 구절이 있다.

그렇다면 화가 났을 땐 어떻게 해야 좋으랴! 각자 나름대로 좋은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자기 방이나 책상을 깨끗하게 하는 ‘청소’가 묘안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위도 깨끗해지고 마음도 말끔해지니 ‘화’가 저절로 풀리지 않을까.

아무튼, 우리는 神(신)이 아닌 이상 잘못이나 과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施行錯誤(시행착오)는 누구에게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세상에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사람이다. ‘貳過’(이: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화나는 일이 있어도 절대로 남에게 옮기는 일이 없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거듭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된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덕목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말인지를 고려해보면, 그것이 우리 삶에 있어서 지극히 대단한 일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3,000명이 넘는 많은 제자들 가운데 가장 好學(호:학)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공자께서 서슴없이 顔淵(안연)을 꼽고 그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말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것의 眞價(진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멀고 아득한 곳이 아니라 바로 가장 가까이에서 진리를 찾아낸 공자의 예지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끝으로, “남에게 화풀이 말고, 잘못은 되풀이 말라!”는 16개 글자(음절)를 토씨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외우기가 어렵다면, 6개 글자 밖에 안 되는 원문(不遷怒, 不貳過․불천노, 불이과)을 통째로 머리에 넣어 두는 것이 더욱 쉽고 간편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