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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신문] 먼저 전체를 파악하고 자세히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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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속뜻사전
작성일20-12-17 10:49 조회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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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4

구사는 너무 성대하지 않게 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상에 말하길 너무 성대하지 않게 하면 허물이 없음은 분별하는 지혜가 밝은 것이다.(대유괘 구사효)

“(어느덧 72세의 늙은이가 되어 학당을 거닐고 있는데 노나라의 실권자가 찾아온다.)

계강자 : 제자 중에 학문을 누가 가장 좋아합니까?


공자:(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애제자 생각이 나서 눈물을 글썽인다. 목소리에도 슬픔이 실린다.)


안회라는 제자가 학문을 가장 좋아했는데, 불행하게도 단명하여 죽고 지금은 없습니다. <선진, 6>”


문과대학 학장을 지내신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님이 정년퇴임 기념으로 출간한 우리말 속뜻 논어의 내용이다. 평소 손에 잡히는 논어를 애독하시며, 설명이 짧고 간단해서 산책길에 한 번씩 읽는다고 자랑하시던 분이다.

2시간 여를 산책하는데, 한번 통으로 읽기에 딱 좋다는 것이다. “주석글이 많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학자들이 연구하는데 쓰고, 누구라도 일상생활에서 부담 없이 읽으며 젖어들어 가는 그런 책을 원한다고 하시더니 이번에 소원을 푼 것이다.

“(44살이나 어린 제자가 문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격려한다)

자하야! 너는 말이야! 군자다운 선비가 되면 좋겠다. 소인 같은 선비가 되지 말고! <옹야 11>”

자하는 공자의 제자 중에 유일하게 주역을 풀이해서 책을 낸 사람이다. 지금도 자하역전이 전한다. 학문적인 능력이 아주 뛰어났지만 공자님의 적통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 이면에 소인 같은 면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논어 원문에, 앞뒤로 짧은 상황설명을 넣었을 뿐인데 아주 쉽게 읽혀졌다. “그래, 자하는 아들이 죽자 슬픔을 못 이겨 울다가 눈이 멀었지. 그때까지만 해도 공자님의 문인 중에 단연 독보적 인물로 부각되었는데, ‘감정조절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스승님의 수제자가 될 수 있는가?’ 하고 동학들의 배척을 받았지.” 하는 생각도 얼핏 스쳤다.


대유학당에서 출간한 집주완역대학이나 집주완역중용은 주석이 엄청 방대하게 붙어 있는 큰 책이다. 경문 한 줄에 정자주자를 필두로 그 문인들이 열댓 쪽씩 주석을 다니, 그 간단한 대학이 500쪽 분량으로 늘었다. 자세한 설명이 많아서 좋긴 좋지만, 학자들마다 한마디씩 한 주석에 빠져들다 보면 경문의 흐름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부분적으로는 잘 알 수 있지만, 산 전체의 모습은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우리말 속뜻 논어, 그저 드라마를 보듯이 읽어나가다 보면 논어 전체의 흐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공자의 뜻을 살피고, 뛰어난 제자들의 심리상태와 배움에 임하는 자세, 곁들여 어떤 환경에서 그런 문답이 오고갔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논어를 한 번 보는데 3시간, 넉넉 잡아도 반나절이면 다 보는 것이다. 그렇게 논어를 열 번 정도 통으로 읽다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주석을 찾아보면 된다. 먼저 전체를 파악한 다음에 부분 부분 자세히 공부하는 것이다. 주역에 하늘과 땅을 설명하는 건곤괘를 먼저 놓고, 천자문에 천지현황을 먼저 놓은 것도 전체 우주를 먼저 파악하라는 뜻일 게다.

그래서 역에서도 너무 풍성하고 자세하며 누릴 것을 다 누리면 허물이 된다. 윗사람의 뜻에도 거슬리고, 전체를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전체를 파악하며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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